바이오마커 조합, 외계생명체 존재를 밝히는 과학의 퍼즐
바이오마커 조합, 외계생명체 존재를 밝히는 과학의 퍼즐

‘외계 생명체’ 탐색, 단순한 산소 찾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류는 ‘지구 밖 생명’의 실체를 오랫동안 궁금해해왔습니다. 하지만 우주 어딘가에서 ‘외계 생명체가 있다!’라고 단정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 즉 ‘생명의 신호(바이오마커)’가 너무나 다양하고, 동시에 하나만으로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산소(O₂)는 지구에서 명확한 생명 지표지만, 외계 행성의 산소가 반드시 생명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우주생물학자들은 ‘복수의 바이오마커 조합’을 통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더욱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마커란 무엇인가?
바이오마커(Biomarker)는 말 그대로 “생명체의 존재 또는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신호, 물질, 특성”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대기 중의 산소, 메탄, 오존, 이산화탄소, 물, 다양한 유기화합물 등이 있습니다.
이런 바이오마커는 각각의 화학적·물리적 환경, 그리고 행성의 진화 과정에 따라 생성 및 소멸될 수 있습니다.
왜 바이오마커 ‘조합’이 중요한가?
1. 단일 바이오마커의 한계
- 산소(O₂)
산소는 광합성 생명체의 대표적 산물입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무생물적 과정(예: 물 분해, 광분해)으로도 산소가 생성될 수 있기에, 산소만으로는 생명체 존재를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 메탄(CH₄)
지구에서 메탄은 주로 미생물이나 동물에 의해 생성되지만, 화산 활동이나 암석의 화학반응 같은 비생물적 경로도 있습니다.
2. 복수 바이오마커의 조합
여러 바이오마커가 동시에 발견되면 그 해석은 훨씬 풍부해집니다.
예를 들어, 산소(O₂)와 메탄(CH₄)가 동시에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면 이들은 서로 쉽게 반응하여 소멸해야 하는데, 둘 다 많이 존재한다면 ‘생명활동에 의한 지속적 보급’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수의 바이오마커를 조합하여 해석하면, 거짓 양성(false positive)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바이오마커 조합을 활용한 과학적 모형도(모델)의 등장
1. 모델링의 필요성
실제 우주탐사에서 관측 가능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천문학자와 행성과학자들은 시뮬레이션과 수치 모델을 활용하여, 다양한 환경에서의 바이오마커 조합을 예측·분석합니다.
이때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별의 종류(항성 스펙트럼, 자외선, 에너지 등)
- 행성의 궤도와 온도, 대기 조성
- 행성의 내부 화학반응 및 지질활동
- 생명체의 가능성 있는 대사경로
2. ‘바이오시그니처 모델(Biosignature Model)’의 예시
바이오시그니처 모델은 각 행성 환경에서 어떤 조합의 바이오마커가 ‘생명체가 존재할 때’와 ‘존재하지 않을 때’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률적으로 계산합니다.
- 지구형 행성:
산소, 오존, 물, 메탄, 이산화탄소가 조합될 때 생명체 활동 신호가 극대화. - 화성형 행성:
메탄, 이산화탄소의 변동 패턴 등으로 미생물의 존재 가능성 평가. - 금성형 행성:
포스핀(PH₃) 같은 희귀 기체를 바이오마커로 사용.
실제 연구 사례와 과학적 접근법
1. TRAPPIST-1계 행성의 대기 조합 연구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한 TRAPPIST-1계의 대기 관측 결과, 여러 행성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물 등이 탐지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상대적인 농도와 조합을 분석해 ‘지구 유사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을 추정하는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2. “거짓 양성” 최소화를 위한 다중 신호 분석
하버드, MIT 등 세계적인 천문학 연구팀들은 **기계학습(AI)**을 활용하여 수십 개의 바이오마커 패턴과 행성 환경 변수(예: 온도, 압력, 자외선, 행성의 나이 등)를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렇게 하면 비생물적 과정으로 인한 바이오마커 신호를 걸러내고, 생명체가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은 조합만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3. ‘바이오마커 스펙트럼 지도’ 구축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미래 대형 망원경 프로젝트에서, 수천 개의 외계행성 대기 스펙트럼을 수집하고, ‘생명 가능성’ 스코어를 바이오마커 조합 기반으로 매깁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앞으로 ‘생명 후보 행성’을 빠르게 선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AI와 슈퍼망원경이 바꿀 우주생명 탐색
1. AI 기반 바이오마커 조합 해석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은 다양한 환경 변수와 복합적인 바이오마커 조합에서, 기존에는 찾지 못했던 신호를 추출해냅니다.
특히 수백~수천 광년 거리의 희미한 스펙트럼 데이터에서 생명체 신호를 ‘자동 판독’하는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2. 차세대 망원경(JWST, ELT 등)의 정밀 관측
이제는 지구에서 수십~수백 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까지 분석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축적되면, 현재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조합, 미지의 생명 형태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습니다.
결론: 바이오마커 조합은 ‘우주 생명체’ 탐색의 확률을 높인다
우주는 광활하고, 생명체의 형태는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훌쩍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바이오마커의 조합, 복합적인 해석 모델을 통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점점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는 역사적 순간은 아마도 단일 신호가 아닌,
수많은 바이오마커의 조합과 정교한 과학적 모형도를 통해 인류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바이오마커 조합 연구는 단순한 과학의 진보가 아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우주적 질문에 대한 인류의 진지한 대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