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우주정거장의 매일매일, 실제 우주인의 하루
ISS 우주정거장의 매일매일, 실제 우주인의 하루
지구 밖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인류는 수만 년 동안 땅 위에서 살아왔지만, 21세기 들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지구 밖의 우주—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그 상징입니다. ISS는 1998년 첫 모듈이 발사된 이후, 무려 20여 년 넘게 지구 궤도 400km 상공을 돌며 인류의 ‘우주 생활 실험실’ 역할을 해왔죠.
여기서 근무하는 우주인들은 모두가 각국에서 선발된 ‘엘리트 과학자이자 탐험가’입니다. 그런데 영화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에서 본 화려함과 달리, ISS의 진짜 하루는 생각보다 ‘소박하고 반복적’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적응, 과학적 성취, 그리고 ‘외로움’까지—지구 밖에서의 진짜 삶을 들여다봅니다.
1. 우주인의 하루 – 24시간, 그 치밀한 루틴
우주인의 하루는 결코 느슨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그리니치 평균시(GMT)’를 기준으로 스케줄을 맞춥니다. 기상은 오전 6~7시 사이, ‘띵동’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세면은 지상과 전혀 다릅니다. 물이 떠다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물티슈’와 무수(無水) 샴푸로 씻고, 거품이 남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된 위생용품을 씁니다. 양치는 ‘삼키는 치약’을 사용하며, 입을 헹굴 물조차 아껴야 하죠.
매일 아침, 건강체크는 필수입니다. 혈압,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소형 의료기기로 측정하고, 건강 데이터는 NASA 등 각국 관제센터에 실시간 전송됩니다. 실제 우주에서 감기, 알레르기 등 작은 질병도 치명적일 수 있어, 건강관리만큼은 엄격하게 지켜집니다.
아침식사는 ‘진공포장 식량’으로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메뉴는 우주식 샐러드, 즉석카레, 닭가슴살, 견과류, 건조과일 등 다양하지만, 조리나 설거지 개념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는 우주농장(미니식물재배기)에서 기른 상추, 토마토로 신선 샐러드를 먹는 시도도 확대 중입니다.
오전 업무는 과학실험,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지상관제와의 통신, 장비점검 등이 반복됩니다. 각자 맡은 실험책임이 달라, 생물학, 물리학, 의학, 신소재, 우주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됩니다.
무중력에서의 운동은 그 자체가 ‘생존 필수과제’입니다. 뼈와 근육은 미세중력에서 급격히 약해지기 때문이죠. 러닝머신(트레드밀), 저항밴드, 진동플랫폼, 특수 자전거로 매일 2시간씩 체력단련을 합니다. 미국 우주인 스콧 켈리는 “운동이 힘들지만, 하지 않으면 지구로 돌아가 건강을 잃는다”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점심은 팀원들과 둘러앉아, 주로 토치로 데운 우주식이나 인스턴트류, 수분보충용 젤 등을 나눕니다. 각국 우주식이 돌아가며 메뉴에 오르는데, 일본 라면, 러시아 보르쉬, 한국 김치 등 ‘자국 음식’을 나눠 먹는 순간이 큰 즐거움입니다.
짧은 휴식시간엔 음악 감상, 지구 사진 촬영, 이메일 확인, 독서 등이 가능합니다. 많은 우주인들이 창가(컵폴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집에 있는 가족, 친구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복잡한 실험, 로봇팔 조작, 장비 수리, 국제공동 프로젝트 등이 배정됩니다. EVA(우주유영)가 예정된 날에는, 전날부터 리허설과 장비점검, 동료와의 체크리스트 점검을 반복합니다. EVA는 목숨을 건 임무이기에, 수십 번의 예행연습과 시뮬레이션을 거칩니다.
2. 우주에서 벌어지는 과학 – ‘떠 있는 실험실’
ISS는 연간 수백 건의 실험이 진행되는 거대한 ‘떠 있는 연구소’입니다.
- 인체 실험: 무중력에서의 혈압 변화, 뼈 손실, 근육 위축, 면역력 저하, 시력 변화 등.
- 식물재배: 미세중력에서의 씨앗 발아, 식물 성장(예: 우주 상추), 미생물 상호작용 등.
- 신약 개발: 세포가 무중력에서 ‘입체적으로 성장’하는 점을 활용해, 암치료제·백신 개발 실험.
- 신소재 연구: 우주방사선, 진공환경에서 신소재 테스트.
- 지구관측: 대기 오염, 산불, 태풍, 빙하감시 등 위성보다 ‘사람 눈’으로 직접 확인.
미국 NASA, 러시아 Roscosmos, 유럽 ESA, 일본 JAXA, 캐나다 CSA 소속 우주인들이 ‘주간 실험 책임’을 교대로 맡아, 국가 간 협력이 필수입니다.
EVA(우주유영)는 ‘ISS의 꽃’이자, 최대 위험임무입니다.
외부 패널이나 태양광 패널 교체, 모듈 연결, 실험장치 회수 등 반드시 ‘우주복(EMU)’을 입고, 지상과 실시간 교신하며, 한 번에 6~8시간까지 진행합니다. 우주유영은 근력 소모, 정신적 스트레스, 생존본능까지 극한으로 몰리기 때문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샤워하고 싶다”는 우주인이 많습니다.
3. ISS에서의 의식주와 소소한 여가
ISS의 침실은 단 2평 남짓한 ‘미니룸’입니다.
침낭을 벨크로로 벽에 붙여, 몸이 떠다니지 않게 고정합니다.
‘낮과 밤’이 없는 우주(ISS는 90분마다 지구 한 바퀴 = 하루에 해돋이 16번!)라, 빛 차단 안대와 귀마개가 필수품입니다.
‘수면장애’는 ISS 생활의 대표적 고민입니다.
특히 장기체류(6개월~1년) 임무 시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 빛 색깔 조절, 수면제 투여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화장실 사용도 복잡합니다.
배설물은 진공흡입, 냄새 차단, 일부는 재생수로 분리처리, 고형분은 ‘우주 쓰레기’로 지상에 회수하거나 대기권에서 소각합니다.
여가시간엔 창문 너머로 오로라, 번개, 해돋이, 사막 등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하고, 가족과 영상통화, 영화 감상, 악기 연주(ISS에선 기타, 플루트 등 소형악기 반입 가능), 그림 그리기, 요가, 팀원끼리 ‘서프라이즈 파티’도 열립니다.
기념일, 생일에는 지상에서 ‘특별식’을 올려주거나, 각국 전통음식을 나눕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김치 담그기’가 방송을 타기도 했습니다.
4. 우주에서의 건강과 심리 – 외로움과의 싸움
ISS 생활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스트레스’입니다.
좁은 공간, 반복되는 루틴, 제한된 인간관계, 극한 환경…
NASA와 ESA는 우주인의 심리상태를 정기 모니터링합니다.
심리상담, 동료와의 팀워크 교육, 명상 프로그램, 미술·음악 치료, VR 체험 등이 제공됩니다.
건강 문제도 심각합니다.
- 뼈/근육 손실: 6개월간 체류 시 지상 대비 골밀도 1
2% 감소, 근육 1015% 위축. - 면역력 저하: 감염, 알레르기, 구내염 등 각종 위험 증가.
- 우주방사선: 대기권 밖이라 DNA 손상 위험 증가.
- 시력저하: 머리에 피가 몰려 ‘시신경 부종’ 등으로 시력이 감퇴.
이런 이유로 임무 복귀 후 수개월간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우주인들은 “지구 중력에 다시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팀원과 함께 지구의 푸른 빛,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는 후기도 많습니다.
5. 실제 우주인의 목소리 – 벅참과 그리움, 그리고 도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NASA 우주인 크리스 해드필드, 러시아의 페도로프 등은 한결같이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과 ‘지구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말합니다.
이소연 박사는 “ISS에서 창밖 지구를 바라볼 때, 눈물이 날 만큼 벅찼다”라고 회상합니다.
크리스 해드필드는 ‘Space Oddity’를 ISS에서 기타로 연주하며 ‘지구에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보내는 헌사’로 남기기도 했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발견과 도전이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팀워크가 없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우주에서 얻는 건 기술, 과학만이 아니다. 인내와 적응,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넘는 정신력이다.”
우주인의 생생한 고백입니다.
결론 – 인류 미래의 교과서가 된 우주인의 일상
ISS 우주정거장에서의 하루는 단조롭고 힘들지만, 인류가 ‘우주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소중한 실험실입니다. 달과 화성, 더 먼 미래의 우주기지 생활도 결국 이 ‘일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생존 노하우, 심리 관리법, 협력 경험, 우주과학 데이터가 앞으로 ‘모든 우주인’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상상하는 ‘우주 생활’—그 시작과 미래가 바로 지금 ISS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