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터널’과 용암동굴, 인간의 기지 후보
달 표면 ‘터널’과 용암동굴, 인간의 기지 후보
“달 아래 숨겨진 제2의 세상, 인류는 왜 지하를 꿈꾸나?”
1969년 아폴로 11호의 역사적인 첫 달 착륙 이후, 인류는 달을 새로운 ‘프론티어’로 바라보며 꾸준히 탐사와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이제는 단순 탐사를 넘어 실제로 달에 ‘살 수 있는’ 거주지를 건설하는 계획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 표면은 상상 이상으로 극한의 환경을 자랑합니다. 한낮에는 온도가 120도까지 오르고, 밤이면 영하 170도 아래로 떨어지며, 대기가 거의 없어 우주 방사선과 운석 충돌, 미세 유성체, 치명적인 달 먼지(루나 더스트)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런 달 환경에서 오래 생존하려면, 표면이 아니라 달 내부, 즉 ‘용암동굴’과 같은 천연 터널이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용암동굴이란 무엇인가?
‘용암동굴(Lava Tube)’은 과거 달 내부의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자연 터널입니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가다 표면이 먼저 식어 딱딱한 껍질이 되고, 그 아래로 뜨거운 용암이 계속 흐르다 모두 빠져나가면 속이 빈 동굴 구조가 남게 됩니다. 이런 용암동굴은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제주도의 만장굴이나 하와이의 카즈움 동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달의 용암동굴은 크기 면에서 지구보다 훨씬 대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일본의 SELENE(카구야) 탐사선은 달 표면에 폭 100m, 깊이 50m, 길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형 동굴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NASA, ESA, JAXA 등 주요 우주 기관들이 레이더와 중력 측정, 광학 카메라, 열화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달 지하 터널의 존재와 분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왜 ‘달의 용암동굴’이 주목받는가?
달 표면은 강한 태양 복사, 대기 없음, 온도 극한, 미세 운석 충돌, 치명적인 방사선 등 인류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용암동굴 내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어,
- 급격한 온도 변화로부터 보호
- 우주 방사선, 미세 운석, 자외선, 태양풍 차단
- 일정 온도 유지(약 -20~0도)
- 구조적으로 안정적(지진, 낙석 위험 적음)
- 방음, 미세먼지 유입 최소화
등의 장점을 갖습니다.
인공 구조물 없이도 자연이 제공하는 안전 지대이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조건을 갖춘 천연 ‘은신처’입니다.
달 기지 후보로서의 실제 가치
최근 달 탐사 프로그램(아르테미스, 루나27, SLIM 등)에서, 용암동굴 입구(스카이라이트, Skylight) 주변은 최우선 착륙·탐사 지점으로 선정되고 있습니다.
- 미·중·일·유럽 우주기구는 2030년대 첫 유인 달기지를 동굴 입구 또는 내부에 설치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입니다.
- 실제 용암동굴 내 온도와 방사선 환경, 토양 조성, 얼음 존재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로봇 탐사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 ‘로버’, ‘드론’, ‘매핑 로봇’을 활용한 입체적 탐색이 진행 중이며, 일부는 AI 기반 자율주행·분석 시스템도 적용됩니다.
동굴 기지, 상상에서 현실로
달의 용암동굴을 거주지로 활용하면
- 주거구역: 동굴 내에 밀폐식 모듈(에어돔), 산소 공급, 온습도 조절 등 생명 유지 시설을 설치
- 농업 실험: 수경재배, LED 조명 등을 이용해 동굴 내 식량 재배 실험 가능
- 실험·연구 구역: 우주 생물, 재료, 신기술 실험에 이상적
- 자원 채취: 동굴 내 얼음, 광물 자원 확보와 연료·식수·산소 생산
등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달 남극의 영구 음영 지역에서는 고체 상태의 물이 얼음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지 내 물, 산소, 수소(연료) 생산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실제 탐사 사례와 전망
2023년 일본 ‘SLIM’ 임무는 달 표면 스카이라이트 근처에 착륙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내왔고, NASA는 2026년 이후 동굴 내부에 소형 로봇을 진입시켜 실시간 환경 정보를 얻을 계획입니다.
ESA와 JAXA는 공동으로 동굴 매핑용 드론, 토양 채취 로봇, 자율주행 샘플 회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3D프린팅 기술로 동굴 내에서 건축 자재를 자체 생산하거나, 현지 자원(레골리스, 물 등)을 이용한 폐쇄 생태계가 도입될 전망입니다.
실제 NASA는 ‘달 지하 기지 디자인 챌린지’를 통해 전 세계 대학생·과학자들이 3D프린팅 기지, 폐쇄식 식물공장, 스마트 공조 시스템 등을 설계·실험하도록 지원 중입니다.
한계와 극복 과제
- 동굴 구조의 미확인 위험(붕괴, 유해 가스 등)
- 극한 미세먼지와 기계 고장 문제
- 장기간 동굴 내 생활에 따른 생리적·심리적 스트레스
- 에너지 공급(태양광, 원자력, 연료전지 등)
- 우주 방사선, 화학적 위험 등 예상치 못한 변수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자율주행, AI, 바이오 공학, 스마트 재료 등)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다음 집, 달의 터널
달 용암동굴 기지는 미래 화성, 유로파, 타이탄 등 다른 천체 이주 실험의 '파일럿'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달, 달에서 화성으로 이어지는 태양계 진출은 ‘지하 인프라’가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지상에서 꿈꾸던 우주도시가, 실은 달 속 거대한 동굴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 우주기관, 민간기업, 과학자들은 달의 터널과 동굴을 인류 미래 거주지로 바꾸기 위한 기술, 자원, 생명 유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달의 동굴 도시에서 첫 번째 우주 가족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